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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25일, 드디어 북촌에 있는 한옥을 소유하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영끌'로 내 인생 두 번째 집을 손에 넣은 것이다.
첫 번째 집은 부동산 폭등이 시작하기 전인 2020년 3월에 매각했는데, 지금도 가끔은...? 후회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
그때 조금만 더 버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지만, 인생은 늘 앞으로 나아가는 법 아니겠는가.
새로운 집을 매수하는 이야기도 드라마틱하기 그지없다.
두번째 집은 한옥을 사고 싶어서 많은 집들을 보고 다녔다.서울시에서 한옥 지원금도 굉장히 크게? 지원을 해주고 ( 사실 이 부분은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것을 나중에 알게되었다.)
전통의 매력을 갖춘집을 서울 중심가에 갖는다는건 투자 가치로써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명륜동, 삼청동, 가회동, 권농동, 창신동, 종로동 (종로에 살고 있지만 종로동이 있는지 몰랐다) 등등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집들을 구경했다. (남의집 구경은 항상재미있는거 같다. )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들고, 좋아하는 동네에 위치한 삼청동의 집을 선택하게 되었다.
삼청동은 와이프님과 강아지 구리님과 항상 산책을 나가던 곳이었다.
이 집에는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젊고 야망 넘치는 세입자가 있었다.
감각 있게 집을 돈 들여서 직접 고쳤고, 몇 가지 문제는 있었지만... 가장 만족할 만한 가격 대비 컨디션이었다.
그러나 집을 직접 수리하는 데 돈이 많이 들어서, 이런 부분이 명도 시에 문제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분을 명도 조건으로 당시 소유자와 가격 협상을 벌였다.
2023년 2월 27일, 계약을 위해 당시 소유자를 한 부동산에서 만났다. 그 소유자는 북촌에서 오래 살았던 분으로, 현재는 자녀 교육을 위해 목동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근처에서 부동산을 하는 친구에게 연락해 계약을 좀 싸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술값 + 소정의 복비와 함께 계약을 진행했다.
술값 생각하면 그냥 그돈이 그돈이지만, 오랜만에 친구도 볼 겸 나름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날 계약의 첫 번째 문제가 터졌다. 바로… 5천만 원이 현장에서 훌쩍 올라버린 것이다.
예산보다 집값이 너무 올라서 설득을 해보았지만, 소유자는 단호했다. 결국 포기하려고 마음먹었다.
나는 지금 세입자의 명도 비용도 매매 비용에 포함되어 버려서, 집주인이 요구하는 금액을 맞추기엔 대출 한도가 부족했다.
포기하려던 찰나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명도 완료 기준으로 명의 이전이 된다면 집값을 올려드리겠다는 최종 딜을 제시하게 되었다.
집주인은 명도를 해주겠다고 하면서 재협상이 시작됐다.
그런데, 집주인은 세입자를 별다른 조건 없이 내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결국 명도 비용에 강한 불만을 표하며 집값을 최대한 올리려고 하다가, 결국 500만 원가량 올려드리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게 되었다.
총 4시간의 협상이 끝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 집에 강력한 기운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예사롭지 않은 이 한옥, 앞으로의 여정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지 않는가.